민망함을 안겨준 태풍 볼라벤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발생했을때 제가 자주 다니던 파코즈에서는 이번 태풍, 특히 볼라벤이 심상치 않다고 거론했었습니다. 때문에 평소에 태풍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태풍 경로를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죠.

26일경 기상청이 발표한 오키나와 부근에서 920hpa에 초속 50m/s의 최대풍속을 내뿜고 있는 볼라벤에 대한 보고서를 봤을때는 정말 놀랬습니다. 10여년전 경악할만한 파워를 가지고 한반도 남부를 초토화 시켰던 5등급 슈퍼태풍 매미에 버금가는 태풍이 한반도를 그것도 오른쪽 반경으로 덮치는데다가 수도권까지 위험반경에 들어간다고 나와있었기 때문이었죠. 2년전 수도권의 모든 유리창을 부셔버리고, 간판을 날려버렸으며, 가로수를 죄다 뽑아버린 태풍 곤파스에 대한 기억을 남아있던터라 저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수도권 진입할때 예상되는 960hpa, 즉 곤파스와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힘을 가진 태풍의 최대 풍속을 느껴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하하…

 

전날 태풍 대비

어찌되었건 준비를 하려고 부모님께 이번 태풍의 위험도에 대해 미리 말씀드렸는데, 과거 곤파스에 대한 피해를 몸소 느껴보셨는데도 불구하고 반응은… “…그래?” 정도의 반응만 보이시더군요. 한반도 상륙 하루 전날이 되어도 별 반응이 없으셔서 할 수 없이 저 혼자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못 돌담 위에 올려진 20여개의 무거운 화분들을 낑낑대며 내려놓았고, 우리집 소유의 상가 건물 1층의 유리창에 테이프와 신문지를 붙이는등 분주하게 움직였죠.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그와중에 밭에 비닐을 덮으시는 등 제 행동과는 정 반대의 행동을 하시지 뭡니까… 그 모습을 보고 “다 날라가도 저는 몰라요”라고 소리쳤지만 그래도 꿋꿋히 비닐을 덮으셨습니다. (…) 그래도 똑똑한 아들(?)이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니 들어서 나쁠 것 없다 생각하셔서인지 한줄만 비닐을 덮으시고는 논에 있는 물을 빼러가시더군요.? 아버지께서는 최근 협착증으로 몸을 움직이시는게 굉장히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그래도 몇가지는 해야겠다 싶으셨는지 제가 무거워서 못내려놓은 큰 화분 몇개를 밧줄로 묶으셨습니다.

< 상가 1층의 유리창이 깨지지 말라고 붙여놓은 테이프와 신문지 >

그렇게 분주히 대비를 하는동안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고… 저녁(27일)에 제주도가 태풍에 간접 영향권을 받기 시작할때부터는 뉴스를 계속 틀어놓고 시청하였는데, TV속 제주 현장 모습은 간접 영향인데도 불구하고 기자가 제대로 말을 못할 정도였으니 볼라벤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긴장감 조성되던 28일 새벽…

새벽 6시에 뉴스를 틀어보니 남부 지방, 특히 전라도 지방은 완전 비바람 전쟁터더군요.? 남부지방의 격렬한 태풍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는데, 기자들이 비바람에 날려가기 일보직전인 모습들을 보고는 긴장감이 몰려왔습니다. 더불어 이제 곧 수도권도 곤파스와는 비교도 안되는 960hpa의 강력한 태풍을 체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잔뜩 들었습니다.

한편, 밭에서 키우는 개들, 메리와 누렁이가 걱정되더군요. 목줄에 묶인채 바람에 날리면 크게 다칠 수 있기에 전날 목줄을 풀어줬는데 밤새 여기저기 정신없이 싸돌아 다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안좋아지기 시작하니 태풍이 온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집 대문으로 기어들어와 얌전히 있더군요. 들어오라고 열어둔 대문에 정말로 들어와서 대피하던 두녀석의 모습은 정말 신기했던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수도권을 강타한다던 결전의 14시…

결전의 14시… 그러나 수도권이 태풍 오른편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살고 있는 김포에서는 TV에서 보던 그 엄청난 바람은 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곤파스만도 못한 바람이 불더군요. 태풍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오늘 날씨 좀 안좋구나’ 하는 정도의 바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나마 조금 쎄다 싶은 비바람은 태풍의 오른쪽 반경에 있을때가 아니라 태풍이 지나가고 난후 밤에 분 뒷북성 비바람이 더 쎘었습니다. (ㅡ.,ㅡ;)

다음날 밭에 나가보니 전날 어머니께서 밭에 덮어씌운 비닐들이 전부 멀쩡했습니다. (…) 어머니께서는 “아~ 어제 비닐 다 덮어씌었어야하는데!!!” 하시면서 저를 쳐다보시는데 정말 민망하더군요. (T.T) 그래도 논밭이 엄청난 피해를 입어 정신과 육체가 모두 피곤해지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피해가 아주 적은채로 잠깐 민망한게 더 낫다고 생각됩니다. 논밭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면 지금도 벼를 일으켜 세우고, 떨어진 고추를 줏었어야하니깐 말이죠.

 

그래도 태풍은 태풍…

이처럼 저희 집과 상가 건물, 논밭은 피해가 적었지만, 김포 지역도 논밭 피해가 심한 곳은 엄청 심각합니다. 어떤 논은 벼가 다 쓰러진 곳도 있었고, 어머니 지인의 비닐하우스는 세개동 가운데 한개동이 폭삭 주저 앉았습니다.

김포도 이런데 남부지방은 오죽할까요? 하루빨리 복구의 손길이 닿아 농민분들의 피해가 최소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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