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속으로 – 학도병으로 시작해 람보로 끝난 영화

며칠 전 한국전쟁 발발일 특집으로 TV에서 ‘포화속으로’라는 작년에 개봉한 영화를 방영해주었습니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라 저는 ‘왠 떡이냐’ 하며 영화를 봤죠.

그러나, 작년에 개봉한 영화가 올해 틀어준다면 분명 문제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 이러한 짐작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심각했던 연출의 문제

영화의 시작은 오장범(탑)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부드럽게 잘 흘러가는가 했습니다. 탄약을 건내주러 갈때 주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공포스러운 장면들을 정말 잘 연출하였죠.

하지만 이렇게 부드러운 장면들은 중간부터 연출의 잘못으로 흐름이 뚝뚝 끊어지더군요. 예를들어 오장범이 편지를 쓰는 장면이 나오다가 뚝 끊어지고 다른 장면이 나갔다가 다시 오장범의 편지 장면으로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한컷으로 쭉 이어가면 정말 좋았을 장면들인데 정말 안타깝더군요.

또한 오장범이 어머니를 회상하며 쓰는 편지때 나오는 배경음악도 극중 너무 자주 쓰여서 나중에는 물리기까지 하였습니다. 2시간도 안되는 상영시간안에 적은 BGM으로 여러장면에 자꾸 재탕하는 것은 음악파트 담당자가 준비성이 없었다고 밖에는 볼수가 없습니다.

 

총살형 탈출 장면은 버리고, 람보는 둘이나 집어넣고…

 

<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 좋았습니다만… >

전투씬의 경우 초반부 전투장면과 중후반부에 나오는 낙동강 전투 장면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나 후반부 학도병 전투는 어처구니 없게 처리하더군요. 실제 포항여중 전투는 본 전투가 총 11시간 30분 동안 4차에 걸쳐 버틴 전투였는데, 영화속 전투는 초반 인민군 정찰조 기습 전투와 매복에 당해 펼쳐진 교전, 그리고 본대전 합해서 총 3차에 걸친 전투로 마무리 지어버렸습니다. 거기에 본대전은 실제 있었던 인민군 후퇴장면도 없이 그냥 통짜로 가버렸어요. 뭐 거기까지는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포로로 잡힌 학도병들의 총살형 부분과 총살직전 탈출해 겨우 살아남은 실제 생존자 김만규 할아버지의 숨막히는 탈출 이야기들은 영화속 소재들에서 빼버리리고, 옥상에서 람보 둘(오장범, 구갑조)이 인민군들을 대학살하는 장면을 넣은 것은 정말 용납이 안되더군요.

< 전쟁 실화라며! 왜 람보가 둘이나 나오는건데!! >

적어도 생각이 있는 감독이라면 람보 둘이 등뒤에서 나오는 인민군들을 느낌만으로 알아채고 뒤돌아 먼저 기관총을 뿌려대는 장면을 넣는 것이 아니라, 인민군에게 생포되어 총살형에 처할 위기에 처해있다가 극적으로 한두명이 빠져나가 겨우 생존하는 장면을 넣었어야 하는겁니다.

 

전쟁 영웅들께 민폐를 끼친 영화

영화가 끝나고 든 생각은, ‘영화관에서 안보길 잘했다’라는 생각과 ‘훌륭한 소재를 가지고 113억 투자해서 이만큼 망작 만들기도 참 쉽지 않을텐데…’라는 것이었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제가 같은 소재를 가지고 ‘학도병’이라는 제목하에 영화를 만들어도 이보다는 잘만들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적어도 람보를 둘씩은 안넣을테니 말이죠. ㅋㅋㅋ

최종 평가를 내리자면 실제 생존자이신 김만규, 손재형 할아버지를 비롯해 그곳에서 피를 흘리신 학도병분들께 ‘민폐를 끼쳤다’라고 말할 정도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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