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을 맞은 아기공룡 둘리에 대한 추억

어제 클리앙의 모두의 공원 게시판에서?아기공룡 둘리 탄생 30주년을?맞아 구글 코리아에서 메인 페이지를 둘리 일당으로 내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구글로 접속해보니 정말 둘리와 그 일당들로 채워져있더군요. 사실 요즘에 둘리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못했는데 이런식으로 접할지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구글에서 둘리를 내세우다니 정말 깜짝놀랬습니다.

 

둘리를 처음 접하다

둘리를 처음 맞이한게 80년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국민학교를 다닐때였습니다.?그때 다니던?산수학원의 책꽂이에는 월간?만화책인 보물섬이?정말 많이 꽂혀있었고, 최고 인기는 역시 둘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보물섬 마지막 페이지의 독자 응모란에는 매달?둘리 관련 그림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인기가 엄청났었죠. 단행본도 잘팔렸는데 권당 1500~20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단행본 뒷편에는 응모권이 있어서 10장인가 모으면 같은 출판사 다른 만화를 한권과 교환 할 수도 있었습니다.

장난감, 스티커, 팬시들도 조잡한 것 정교한 것 할것 없이?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일단 둘리 모양이면 죄다 팔려나갔죠. 저도 맨날 어머니께 둘리 장난감 사달라고 쫄랐고, 남의집 대문에 붙어있던 둘리 스티커를 훔쳐 떼어갔다가 양심에 찔려 도로 붙여놓고는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80년대는 그정도로 둘리 대열풍이었습니다.

 

만화판의 재편과 보물섬의 몰락

하지만 그렇게 잘나가던?둘리도?세월이 지나자 밀릴 수 밖에 없었는데,?아이큐점프와 소년챔프 같은 주간/격주간 잡지들이 탄생해 자극적이고 세련된 그림체의 일본만화를 수입해 국내 만화판을 재편시켰기 때문이었습니다. 타 잡지사가 일본만화를 주축으로 주간으로 밀어부치니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국내만화중심의 보물섬은 월간이라는 한계로 인하여 독자와의 접선이 점점멀어지게되 도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물섬이 거의 무너졌을때쯤 둘리의 작가 김수정 씨는?소년챔프로 갈아타게 됩니다. 그때 저는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미 일본만화로 인해 취향이 바뀌어버린?저는 김수정 씨가 새로이 내놓은 ‘베이비 사우르스 돌리’인가 하는 차기 작품에 대해 흥미를 못느꼈고, 결국 그 작품은 관심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둘리, 잊혀지지 않고 부활하다

그리고 몇년이 흐른 뒤, 둘리가 끝난줄 알았는데 극장판 등으로 잊혀지지 않게 이슈가 되며 조금씩 등장하더군요. 저는 오랜시간동안 일본만화가 국내 만화판을 휩쓸었던 탓에?’둘리가 주간만화잡지에는 나올수 없고 이런식으로?밖에 나올수가 없구나’ 하며?참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 중반을 넘어 국내 만화계가 다시 웹툰판으로 부활할때쯤?둘리도 다시 일어나더군요. TV 시리즈로도 제작되고 말이죠. 퀄리티도 뛰어나서 결국 이렇게 다시 일어서는구나 하고 참 감탄을 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오마주 작품

그런데 사실 원작보다도 더 충격적으로 다가웠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2003년도에 최규석 작가가 그렸던 ‘2003 공룡 둘리’였죠. 둘리의 오마주 작품이었던 이 작품은 그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충격 그 자체였던 작품이었습니다. 성인이 되어버린 주인공들에게 현실의 비참한 모습을 대입시킨 것인데 많은 사람의 동심은 파괴되고?엄청난 심적?충격을 가했습니다.?그리고 뛰어난 작품 퀄리티 때문에 엄청난 찬사가 쏟아졌는데,?심지어 원작가인 김수정 씨까지 이 작품을 거론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지금봐도 정말 엄청난 작품입니다.

 

재조명된 케릭터들

시간이 흘러 ‘2003 공룡 둘리’의 충격이 수그러들때쯤, 사람들은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케릭터들에?대해?재조명을?하게?되었고 가장 주목받던 케릭터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길동이었습니다. 둘리 일당이 장독 다깨부수고, 아끼던 낚시 장비 다 망가뜨리고, 심지어 집 지붕까지?날려먹어도 꿋꿋하게 복구시키면서 말썽장이들을 데리고 사는?고길동을 보고 사람들은 ‘성인’,’현자’,’생불’,’대인’ 등 갖가지?호칭을 붙혀줬죠. ㅋㅋㅋ. 거기에 고길동은 젊은 나이에 단독주택과 번듯한 직장까지 있었으니, 말그대로 능력남이었고 이것이?재조명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냥 귀여웠던 둘리 일당들도?골치덩어리들로 재조명되었죠. ㅋㅋㅋㅋㅋ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 보는 아기공룡 둘리는 어릴때 보았던 둘리와는 또 다른 시각과 느낌으로 다가오니 이건 이거대로?새롭고 재미있더군요. 하하~.?아기공룡 둘리라는 작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이고, 많은 사람들이 추억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에 개인적으로 세월이 흘러도 쭉 이어져나와?모든 이들에게 계속 즐거움을 주었으면 하는?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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