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비트 컴퓨터 대우 MSX X-II CPC-400S의 추억

제가 맨 처음 컴퓨터를 가지게 된 것은 90년이었습니다. 당시 제눈에 친구들은 전부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걸로 보였고 저 또한 컴퓨터를 가지고 싶었기에 어머니를 졸랐더니 결국 아버지께서 학교에서 안쓰던 컴퓨터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된 PC가 바로 대우 퍼스컴 MSX X-II CPC-400S 제품이었습니다. CPC-400제품도 엄청난 고가의 귀족 제품이었는데 CPC-400를 받은 것이었죠. MSX X-II CPC-400S 제품은 당시 대우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판매한 국내 MSX 제품군에서 최고급 하이엔드 PC였습니다.

대우 MSX X-II의 판매 가격 광고

※ 사진 출처 – 百色娃星의 千年君主 블로그의 SKY樂님 글

?MSX 롬팩, 전용 RGB 모니터, 3.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 장착, 본체와 분리된 키보드, 비디오 입력 및 자막 편집 기능, 라이트펜 사용 가능이 가능한 말 그대로 최고급 PC를 가지고 오신 것이었죠. 나중에 인터넷에서 알게된 정보로는 X-II CPC-400S 제품은 방송국에서도 쓰였다고도 합니다.

 

MSX의 다양한 주변기기와의 연결

 

※사진 출처 – 루리웹 오도리이(leeh****)님 글

물론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이었던 저는 저 제품이 그렇게 비싸고 뛰어난 제품인지 알리가 없었지만 말이죠. 저는 저 PC를 받고도 한동안 사용하질 못했었습니다. 누군가 메인화면에 패스워드를 걸어놨기 때문이었죠. 물론 설명서에 처음 시동시 GRAPH+STOP을 동시에 눌러 패스워드를 푸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었고, 덕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시던 막내 작은 아버지께서 저 무거운 것을 들고가셔서 암호를 풀어 오셨습니다.

저는 ?이 고급 8비트 PC를 선물 받은 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는데, 문제가 바로 주변 사람들이 전부 16비트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심지어 동네 컴퓨터 소프트웨어 판매 및 복사 가게에서도 8비트 소프트웨어는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철지난 재믹스 게임팩은 간간히 팔았지만 게임시장의 대세도 16비트 게임기라 불리는 슈퍼 닌텐도로 넘어간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MSX X-II는 기능만으로 보자면 당시 판매한 16비트 컴퓨터들은 쨉이 안되는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25인치와 흑백 모니터가 주류를 이루던 16비트 IBM PC 시장과는 달리 MSX X-II는 3.5인치 디스켓에 컬러 RGB 모니터를 제공하였습니다. 하지만 판매 가격이 너무 비쌌고, 정부 지원 방침이 16비트로 돌아선 상태여서 학원들 대다수가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16비트 IBM PC를 주력으로 해야했기 때문에 동네에서는 저혼자 홀로 MSX 8비트 PC 사용자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 MSX X-II PC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X-II에 굉장히 멋진 3.5인치 고용량 디스크 드라이브가 장착되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컴퓨터 학원들은 거의 대부분 5.25인치 디스켓만 사용했기 때문에 3.5인치 디스켓만을 사용해야 했던 저는 호환성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한체 5.25인치 디스켓에 담김 파일을 단순히 3.5인치로만 복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죠. 그런 기대를 안고 동네 컴퓨터 가게에서 복제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집에서 돌려보려고 하였지만… IBM용 소프트웨어는 호환이 안되니 당연히 작동될 리가 없었습니다. 어린 저는 엄청난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5인치 디스켓 소프트웨어에 대한 계속된 열망…

MSX 제품들은 베이직 언어를 내장하고 있어서 전원을 넣으면 바로 베이직 프롬프트 화면이 뜹니다. 때문에 IBM 호환 16비트 컴퓨터들이 필요한 부팅 디스켓이 필요 없었습니다. 덕분에 학워에서 공부한 DOS 공부도 집에서는 못했고 말이죠. 그와중에 형이 어디선가 종스크롤 슈팅게임을 구해왔고 디스켓이 에러가 먹을 정도로 엄청나게 플레이 했습니다. 그 게임에 대한 기억은 1~8번까지 인가 돌아다니는 무기를 먹으면 무기 패턴이 바뀌는 비행 슈팅 게임이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군요. 그 당시 롬팩 게임들과는 다른 엄청나게 화려한 그래픽의 일본 비행 슈팅 게임이었는데 내가 3.5인치 디스켓에 집착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죠.

그러던중 92년, 방이동에서 청담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청담동은 방이동보다 MSX 소프트웨어를 구하기가 참 쉬운 편이었습니다. 동네 아파트 상가에서 소프트웨어를 불법 복제해 팔았는데 슈퍼로봇대전 같은 게임을 복사해 플레이 했던 기억도 납니다. 물론 일본어를 알아먹지 못하니 재미가 있을리가 없었죠. 알아듣지를 못하니 로봇게임의 배경 음악 선택모드에서 줄창 음악만 질리게 들은 후, 게임이 하고 싶어지면 요술나무 같은 게임팩 게임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 8비트 PC에서 OS를 돌려보고 싶은 욕심과 디스켓 부분을 활용하고 싶은 욕망에 저는 어머니와 함께 세운상가로 향하게 됩니다. 후미진 골목의 2층 컴퓨터 상점으로 가서 MSX-DOS와 드래곤볼 Z 한글판 게임을 장당 3천원의 가격에 복제 구입하였습니다. 기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 MSX-DOS를 돌려보니 왠걸… 학원에서 배우던 그 MS-DOS 화면과 똑같이 프롬프트 화면이 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들뜬 마음에 뭔가 해보고 싶었지만 8비트 컴퓨터는 DOS가 큰 의미가 없었고, 초딩이 DOS만으로 뭘 해볼 수 있는 것은 DOS 명령어 공부 말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기쁜 마음에 복제해 온 드래곤볼 한글판 게임을 디스켓에 넣고 실행하려고 MSX-DOS로 부팅 후 드래곤볼 게임을 넣어서 실행을 하였지만 실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디스켓이 깨진 것은 아닌가 걱징이 된 저는 이리저리 파일들을 실행해보았지만 게임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큰 실망을 안고 최후의 수단으로 도스 브팅이 아닌 드래곤볼 Z 게임 디스켓을 넣고 부팅을 해보았더니 실행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환호를 흘리며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죠. 화려한 컬러 화면에 움직이는 영상은 아니지만 깔끔한 정지 화면이었고 1~6번까지 행동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림이 포함된 일종의 그래픽 머드 게임(?)이라고 봐야하겠습니다.

< 당시 필자가 즐겼던 MSX용 드래곤볼Z 게임 디스켓 버전>

문제는 게임의 길이였습니다. 세운상가까지 갔다오는데 5시간이나 걸렸는데 정작 게임은 실행한지 30분도 안되 끝나버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T.T 브루마와 어린 손오공이 만나 드래곤볼을 찾아 간다는 내용인데 어떤 행동을 선택해도 마지막은 항상 똑같았죠. 화려한 풀컬러를 자랑하고 한글화까지 제공하였지만 제작자가 너무 화려함에 치중을 두어 2D 디스켓 용량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30분짜리 그래픽머드 게임을 만들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

정말 재밌게 즐기던 비행 슈팅 게임도 디스켓이 깨져 더이상 안돌아가고, 그 일을 계기로 디스켓 게임은 포기하고 다시 요술나무, 써커스, 남극탐험, 올림픽 같이 철 한참 지난 게임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즐긴 게임은 올림픽인데, 기보드 자판이 박살이 날 정도로 즐겼습니다. 버튼 뽑아버리고 오락실에서 처럼 손톱으로 긁어댔으니 오죽했을까요…

 

게임기와 비디오도 연결 가능했던 MSX X-II

※사진 출처 – Tiger Road 블로그의 호랑이님 글

비디오 편집기로도 사용 가능했다고 하는 이 X-II 제품은 외부 입력이 가능한 굉장한 제품이었습니다. 비디오나 게임기를 연결해 컴퓨터에서 볼 수 있었던 시대를 앞서가는 제품이었습니다. 쉬프트 F1~F3까지 외부입력 설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8비트 패밀리(패미컴) 게임기를 구입해 X-II에 연결하였고 드래곤볼 Z-II 게임을 열정적으로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 X-II 제품은 외부 입력 신호를 후면 스위치 버튼 하나로 흑백/컬러의 선택을 마음대로 할 수 잇었는데, 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저는 한참 후에나 그러한 기능이 있었던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까지는 멍청하게 흑백으로만 화면을 봤죠. T.T

중학생이 된 어느 날, 저는 아파트 쓰레기통 위에 버려져 있는 오래된 83년산 삼성 비디오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집은 아버지의 교육방침으로 인해 비디오를 놓을 수 없었는데, 형이나 저나 비디오를 보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그러한 열망 덕분에 저는 그 버려진 비디오를 발견하자마자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 우선 테스트로 제가 좋아하던 애견(?) 비디오 장르인 CHOMPS(참스)라는 작품과 그 당시 엄청나게 인기 있었던 테미네이터2 비디오를 빌린 후 비디오를 X-II에 연결해 틀어봤더니… 굉장히 잘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형과 저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비디오를 볼 수 잇었습니다. 물론 비디오가 오래되어 버려진 제품이라 줏어 사용한지 일년 만에 고장나기는 했지만 X-II 덕분에 비디오에 대한 갈증을 한꺼번에 풀 수 있었습니다.

 

후회 막심한 어린 시절의 선택…

사실 X-II에 대해 좋은 기억만이 있었떤 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 대우 제품들이 질이 안좋아서 고장이 잘났죠. 특히?키보드는 제품불량일 정도로 고장이 많이 났는데,?단자부분이 언제나 고장나 선을 비비 꼬아놓지 않으면 키가 먹지 않아고, 롬팩 꼽는 곳은 초딩의 롬팩 꼽는 힘을 이기지 못해 지지대가 박살이 났습니다. 또한 X-II 제품은 본체 내부에 쿨링팬이 없어서 오래 켜고 있으면 본체가 엄청나게 뜨거워졌는데 그 열기로 인해 방안히 후끈 달아오를 정도였습니다. 같은 디자인으로 판매된 모니터는 말만 모니터지, 모니터 틀에 TV 때려 박은 것이어서 전원을 넣으면 고주파 음이 작렬하였죠.

최악의 내구성을 보였던 대우전자 MSX X-II의 키보드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거 라판(hyunjin2net)님의 글

결국 중2때 어머니께서 금성 심포니 PC를 사주셨던 것을 계기로 저는 이 X-II를 내다 버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집앞 복도에 내놓자마자 누군가 냉큼 집어가버렸더군요. 당시에는 X-II가 놓였던 복도의 빈자리를 보며 다시는 조금 씁쓸한 기분만 느낄 뿐이었죠.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년 뒤, 저에게 버려진 이 X-II가 엄청난 가치가 있는 PC 였다는 것과 저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준 PC였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리고 저는 저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해준 PC를 배신(?)하여 버렸다는 제 선택을 꾸짖으며 자책하게 되었습니다. 훗날 제가 성장한 후 기억 속에 있는 X-II는 가족, 친구였으나, 어린시절 생각이 짧은 저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 소중한 것을 버린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저는 어린애처럼 제 기억 속의 X-II라는 사물에 대해 생명이라는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때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 그동안 사용해왔던 제품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집안은 PC 부품들로 산을 이루고 있지만 말이죠. ^^;

6 thoughts on “8비트 컴퓨터 대우 MSX X-II CPC-400S의 추억”

  1. 이야…너무 재미있게 쓰셔서 한동안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ㅎㅎ

    저도 중3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본인 친구가 가지고 있던 도시바 MSX를 보면서 최근에 MSX 기종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주 방문할테니 많은 가르침 듣고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1. 김군님 안녕하세요~ ^^
      MSX 검색하셔서 여기까지 오신걸 보니 친구분께서 소지중이신 도시바 MSX 제품이 무척 인상 깊으셨나보네요. 그냥 쓴 글인데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즐겁네요. ㅎㅎ

    1. 와 3년을 조르시다니… 대단하시네요! 결국 구입하셨는지 후기가 궁금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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