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단 이기자 부대의 동원 예비군 훈련 체험기 (2부)

첫해 2004년도에는 아무 것도 모른체 동원 예비군을 끌려갔다고 봐야겠죠. 하하 (^^;)

끌려간 동원 예비군 첫째날은 뭐 다른 예비군 부대와 똑같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귀찮을 뿐이지 색다른 것은 시키지 않았죠. 그리고 저녁때쯤에 내무반에 소대장 한명이 들어오더니 예비군들을 모아놓고 다음날 훈련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뭐 당연히 아무것도 몰랐으니 예비군들 반응은 참 4차원적이었죠.

소대장 : ” 선배님들의 체력을 고려해 행군을 하기는 하는데 마실 나가듯 잠깐 바람만 쏘고 오는 겁니다 ^^ ”

예비군A :
“아아 귀찮게 또 나가야하나? 움직이기 싫은데… (ㅡ.ㅡ^) ”

예비군B : “그런 따분한 설명 말고 건빵 없어? 건빵. 별사탕 많이 들은걸로…”

예비군C : “요즘 몸이 안좋아~ 벌써부터 이곳 저곳이 쑤시네… 영감, 여기좀 벅벅 긁어봐~”

 

반응들이 대충 이랬습니다.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다들 귀찮다는 분위기였죠. 문제의 둘째날이 왔습니다. 행군은 아침 8시부터 시작했습니다. 현역병들도 예비군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폭격을 대비한다고 길 양옆으로 펴져서 은폐엄폐를 하기도 하고 하면서 행군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엄청나게 걷더군요. 올라가려면 엄청 오래 걸리는 엄청나게 높은 언덕코스가 있던 반면에 내리만 코스는 왜그렇게 짧은지… 게다가 제가 속한 소대의 소대장은 정말 열심히는 하는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등장하는 피칵처럼 방향 감각이 제로 수준이었던지라 헤매는 바람에 엉뚱한 산을 두개나 탔습니다. (T.T)

시간이 흐르고 행군 도중 비가 오기 시작하자 강가에서 넓은 포대기 뒤집어 쓰고, 한동안 중대 전체가 웅크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폭격기의 공중 폭격에 대비하여 은폐엄폐 하는 훈련을 겸하는 거라나요… ;;; 그와중에 말년 병장은 쫄병들을 총기수입을 가지고 참 다양한 각도로 갈구더군요. (^^;)

아래는 당시 이기자 부대의 말년 병장과 일병의 훈훈한 전우애(?)가 담긴 진솔한 대화(?) 중 일부분 입니다.

 

말년 병장 : “야! XX”

일병 XXX : “일병! XXX”

말년 병장 : “야, 아까 공포탄 쏘는데 왜 니 총 발사가 안되냐?”

일병 XXX :

말년 병장 : “왜 총이 발사가 안되는거냐고? 말해봐”

일병 XXX :

말년 병장 : “총 닦았어?”

일병 XXX : (우물쭈물) 예! 그렇습니다!

말년 병장 : “뻥까지말고… 응? 총기수입했는데 총알이 왜 발사되기를 거부하는데?”

일병 XXX : “…”

말년병장 : “뭐가 불만이야? 말해봐. 괜찮아, 괜찮아 ^^ 말해보라니까?”

일병 XX : “…”

말년병장 : “솔직히 총 닦기 싫지?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해. 괜찮어 (^^) ”

(표정은 웃고 있으나 눈이 화내고 있음)

일병 XX : “일병 XX !”

말년병장 : “아놔, 왜 자꾸 관등성명만 대! 내가 갈구는거야? 아니잖어 아무래도 안되겠다, 너하고 나하고는 그동안 너무 대화의 소통이 없었던 것 같애. 우리 복귀하면 교환일기라도 써보자!”

일병 XX : “일병 XX !!!” (T.T)

(말년 병장, 주위 예비군들을 둘러보더니…)

말년병장 : ” 선배님~~~들~~~♡ 우리부대 갈굼, 구타 가혹행위 없으니 오해 마세요 (^___^)”

예비군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년병장 : “아참 선배님들, 작년 예비군 선배님들은 ATT같이 걸려서 800미터 고지에서 텐트 치고 잤었어요. ^^ ”

예비군들 : ……………….. (웃다가 모두 급정색)

 

비가오면 훈련을 일체 취소할 수 있다던 예비군들 사이에서 내려오던 정체불명의 소문 때문에 들뜨기도 했지만, 이 부대의 지휘관은 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더군요. 나중에는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부대는 지휘관은 ‘폭우 따위는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라는 포스로 계속 걸으라고 지시하더군요. (ㅡ.,ㅡ;) 결국 현역 예비군 할 것 없이 다들 온몸이 비에 젖은채 힘겹게 걸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행군이 도대체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는 것이었죠. 도로도 걷고, 산도 타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엄청나게 걸었는데 끝날 기미는 안보이고, 밥은 산 중턱에서 먹고 반합에 마구 입에 쑤셔넣은 후 또 걷고… 결국 낙오자들이 엄청나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되자 겨우겨우 버티던 예비군들도 떡실신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고교 졸업후 친하게 지냈던 동네 아는 형도 같은 소대에 있었는데 표정이 완전 맛이 간 상태더군요. 저도 떡이 된 상태라 입에서는 “예비군 훈련 쩐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고, 거의 도착해갔을때는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기 일보 직전까지 가버린, 한마디로 정신줄 놓은 상태라 중대장 욕을 얼마나 했댔는지 모릅니다.

근성과 오기로 부대에 도착했을때는 밤 12시였습니다. 아침 8시에 출발해서 밤 12시에 도착… 산 5개 넘었나봅니다. 기억하는 것만 갈때 3개 올때 2개였으니… 물론 도로 평지 오르막도 있었죠. 군화를 벗어보니 발바닥과 뒷꿈치는 다 벗겨진채로 다들 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부대에 도착한 후에는 그 커다란 목욕탕 수도꼭지를 아예 뽑아 버린채 그 폭포수 물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씻었는데 그 시원함의 쾌감은 장난이 아니더군요. 이렇게 씻고 자려고 하니 새벽 1시 30분… 다음날 아침 기상시간을 7시로 연장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못일어나는 환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이런 환자분들이 퇴소식때는 벌떡 기운을 차려서 장교들에게 신나게 욕을 해대시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 참 진풍경이었죠. (^^;)

아무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마지막 날 예비군 몇몇 멤버들은 끈끈한 전우애(?)를 과시하며 서로 연락처까지 주고 받는 진풍경까지 발생했습니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자기 소대 담당 현역 부대원들에게 포상휴가라도 보내주라고 지휘관들에게 문자를 보내더군요. ^^;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엄청난 피로감 때문에 휴게소에 들려도 소변도 안보고 그냥 계속 주무시는 분들이 속출하였는데, 그때 버스 안에서 ‘지금이 이정도인데 2003년도에 동원예비군 걸린 분들은 어땠을까?’ 라고 생각해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 800미터 고지에서 텐트치고 숙영이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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