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단 이기자 부대의 동원 예비군 훈련 체험기 (4부)

저는 머리카락이 엄청 깁니다. 그래서 매년 이기자 부대를 갈때마다 다들 저를 알아보시더군요. 게다가 2006년까지 3년 연속 예비군을 같은곳에서 받으니 다들 기쁘게 맞아주시더라구요. 하핫…? “이거 좋은거야?” 라고 반문해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매년 보던 얼굴들이라 좋았습니다. (^^;) 2005년도에 이등병이었던 애들이 상병 되어있고 말이죠. ㅋㅋㅋ

저야 이기자 예비군 3년차라, 이제는 훈련량이 어떤가 알기 때문에 긴장감이 어느정도 베어있었고 많은 준비를 해간 상태였습니다. 재미있던 것은 2004년도에 이어 2005년도에 받았던? 예비군들까지 한명 빼고 전부 주소지 옮긴 상태였습니다. 이기자 부대로 예비군 가느니 주소지 옮기는게 킹왕짱이었던거죠.

 

최악의 산악행군

2006년 이기자 부대의 동원 예비군 훈련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79연대 뒤쪽에 있던 엄청나게 높은… 산으로 불러도 될만한 언덕을 출발점으로 산악행군 시작했는데 정말 미치겠더군요. 습도도 엄청났기 때문에 초반에 진을 다뺐습니다. 그 산같은 언덕을 헐떡고개인가 껄떡고개 인가로 부르군요. 체력적으로 준비를 해가지고 갔다고 해도 거기 넘는데는 정말 숨넘어가는줄 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해와는 다르게 중대장은 예비군들이 안스러웠는지 군장을 산 중턱에 군장을 내려놓고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좋다구나 하고 군장은 내려놓고 총만 들고 갔죠. 그래서 전체 행군 구간중 1/3은 소총만 들고갔었습니다.

문제는 행군할때만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는데 있습니다. 그 양도 2004년도와는 차원이 틀렸습니다. 이거는 호우 경보 수준이었죠. 게다가 비에 젖은 군복 때문에 무게량이 더해져서 온몸이 철근을 뒤덮은듯 무거웠습니다. 복귀 때는 지나가는 군부대 차량을 향해 “제발 나좀 태워줘~” 라고 막 절규하게 되더군요. T.T

< 제발~ 나도 좀 태워가~!!! >

그런데… 문제는 태워준다고해도 탈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복귀 하려고 보니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예비군들의 절규…

“아 맞다, 이런 개!@#$%^ㅉ@%! 군장 산 중턱에 있었지 !!! “

그렇습니다… 군장을 들고 왔더라면 비교적 편하게 도로를 타고 복귀할 수 있었는데, 내려놓고 온 군장을 다시 회수하러 가려면 마을 두곳을 지나 산 한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OTL

빗물과 눈물, 콧물이 뒤범벅된 채로 산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데, 어찌나 발걸음이 무겁던지… 하지만 힘들어도 어떡합니까… 다시 군장 찾으러 가야지 (T.,T)

천둥벼락까지 치는 강원도의 호우 경보 속에 겨우 산 중턱까지 올라가서 군장을 다시 소지하고 산 두개 넘어 부대로 복귀하기 시작했습니다. 캄캄해서 앞을 보기도 힘든 그 야간 산속에서 천둥 번개에 비까지 내리니까 환장하겠더군요. 웃긴건 손전등으로도 제대로 보기 힘든 어두컴컴한 산길을 번개가 번쩍일때의 잠시 환한 상태 덕분에 어디로 가야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아무튼 산을 내려가면서, 빗속 산길이 왜 위험한건지 깨달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도 역시 부대 도착할때 중대장에게 저주 한다스 퍼붇고 내무반 들어갔습니다. 재미있는게 중대장도 예비군들이 자기한테 욕설 퍼붇는거 이해하시는 얼굴이더군요. (…) 얼마나 오래 사시려고 하시는지 예비군들이 퍼붇는 욕설을 웃는 얼굴로 먹고 계시더라구요. ㅋㅋㅋ

밤 12시 다되서 복귀 한 것으로 기억나는데 정확한 기억이 떠오르지가 않는군요.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다음날 대대장님의 명령에 따라 기상시간을 약간 늦춰준 덕분에 푹잤기에 일어났을때는 약간의 여유를 찾게되더군요.

비에 젖었던 군복들은 현역병들이 부대내 500원짜리 세탁기로 깨끗이 발아 쫙 말려서 다음날 아침에 가져다주었는데, ‘오, 성능 좋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 세탁기 성능이 아주 좋더군요.

마지막날은 역시나 매년 그랬듯이 최고의 볼거리가 있었는데, 바로 퇴소식때 대대장이 있어도 터져나오는 예비군들의 야유와 욕설 난무였습니다. (^^;) 엄청나더군요. 하하…

 

진짜 고생했던건 역시 현역 부대원들

제가 3년 연속으로 이기자 부대의 힘든 동원 예비군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고마웠던건 이기자 부대원들이 진짜 잘해줬다는겁니다. 현역들이 자기 담당 예비군에게는 진짜 지극 정성이었다는 것이죠.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체력 후달려서 힘들어할때 옆에서 계속 말 걸어주고 쳐지지 않게 도와주는게 진짜 대단했습니다. 자기네들도 엄청 힘들었을텐데 말이죠.

또 한가지 놀랜점은 이 부대 진짜 훈련량과 작업량이 “와~” 소리가 나올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우연히 한해 스케쥴을 봤는데, ‘훈련/작업/훈련/작업’ 이게 뫼비우스의 띄처럼 쫙 이어져서 쉬는 날이 없더군요. 스케쥴 표를 봤을때 “이거 제 정신이야?”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말이죠. 웃긴건 대다수 대원들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는 거였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이기자 부대 출신이라는 블로거들의 블로그를 가게 되면, ‘이사람 군생활 진짜 힘들고 빡세게 했겠구나’ 라고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생각해보니 이기자 부대에서 전역하는 부대원들은 아마 해탈의 경지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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