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단상 및 목격담

요 며칠사이에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앞 손잡이에 버저가 달려 있어서 임산부 카드를 대면 울린다는 제보 사진이 계속 올라오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지하철 탈때 임산부 배려석은 한번도 앉은 적이 없습니다. 노약자석도 앉은적이 없습니다. 이런걸로 시비거리를 만들기 싫은 성격이거든요. 반면, 지하철 탈때마다 임산부 배려석을 누가 앉는가에 대해서 유심히 보기는 합니다. 제가 목격했을때 10에 7은 일반 여성분들께서 앉더군요. 그 여성분들중 대다수는 임산부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미혼 20대 초중반의 일반 여성분들이셨습니다. 구글에서 뉴스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남성분들보다는 일반 여성분들께서 주로 앉는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황당하게도 공익광고협의회 같은 곳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아저씨도 임신하셨어요?” 같은 갈등 조장 포스터나 붙이고 다닙니다. 웃기는 일이죠.

몇달전에 이런 임산부 배려석과 관련된 언쟁을 직접 목격한적이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두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언쟁을 높혀 싸우고 계시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A 아주머니께서는 앉아가고 싶어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는데, 옆에 서서 가시던 B 아주머니께서 당신이 앉은 곳은 임산부 배려석이니 앉지 말라고 무안을 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A 아주머니는 ‘임산부 배려석인지 몰랐다.’하시면서 조곤 조곤하게 말씀하셨는데, B 아주머니는 A 아주머니를 무안 주려고 일부러 주변 사람 다 들리도록 크게 야단 치듯이 ‘그러면 안된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A 아주머니는 다시 무안을 주려고 목소리 높혀 다음과 말씀하셨습니다.

“외국에는 임산부 배려석에 사람들이 안앉습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만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그 소리를 듣고 저는 A 아주머니께서 여행갔던 외국이 어느 곳인지 상당히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어느 국가에서 임산부 배려석이 있는지 말이죠.? 노약자 보호석은 있어도 별도로 지정된 임산부 배려석을 시행하는 곳은 우리나라 지하철 말고는 들어본적이 없거든요. 캠페인 같은것을 펼쳐봤자 양보 권유 및 배지 배포 정도 였어요. 아무래도 B 아주머니께서 선민사상이 발동된 상태에서 상대를 무한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게다가 임산부 배려석도 말그대로 ‘배려’를 하는것이지 ‘법으로 강제’된 것이 아닙니다. 이런 핑크색 자리 하나 가지고 서로에게 무안을 주면서 말싸움 하는 것을 보니 참 답답하더군요.

이렇게 직접 목격한 것도 있고 해서, 저는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위와 같은 다툼이 생긴 것은 담당자들이 시민들을 계도한다는 명목 하에 좌석에 핑크색 칠을 하고 나서부터입니다. 임산부 배려석 표시를 하지 않던 과거,? 버스 지하철에서 서서 가기에 조금이라도 불편해 보이는 분들께서 탑승하게 되면 노약자석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다 알아서 양보를 해줬습니다. 짐이 많아 보이는 분들께도 양보를 하고는 했었죠. 물론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노약자에 대한 자리 양보 인식은 자리 지정을 강제하여 계도까지 해야할 만큼 후진적이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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