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짝패’ – 초반의 성공과 후반의 대실패

예전 2000년대 초에 ‘대망’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쟁쟁한 배우들 다 출연했는데, 작가가 방향을 잃고 삽을 푸더니, ‘기승전병’으로 끝나버렸죠. 그런데 이 드라마와 비슷한 드라마가 나왔으니 바로 어제 끝난 짝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짝패의 경우 ‘기승전병’을 넘어 ‘기승병병’의 전개였죠.

사실 짝패는 아역시절까지는 정말 좋았던 드라마 입니다.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극전개가 부드럽게 흘러갔고, 주인공 4명의 아역배우들이 인물들에 대한 이해도와 연기를 정말 잘 소화해낸 덕에 생동감도 넘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성인 배우들이 등장하던 시점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더군요.

배우들은 발음과 연기력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고, 시놉시스와는 다른 이야기 전개와 인물들의 설명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인물들이 극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성인역의 문제점

이중 인물쪽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천둥이와 동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천둥이역의 천정명씨는 군대 이등병에게서나 볼 수 있는 발음으로 인해 시청자가 듣는데 힘이 들었고, 아역 배우와는 다르게 천둥이에게 생동감있는 표정을 주지 못하여 시청자들은 이질감이 느껴졌죠. 아역배우가 연출한 천둥이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생동감을 성인배우에게서는 도저히 느낄 수가 없었던게 정말 컸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많았던 동녀역은… 사실 한지혜씨가 연기를 못했다기보다는, 작가가 스스로 생각해놨던 동녀 케릭터의 작은 디테일적 부분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배우에게 대본을 전달한게 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예를 들면 아역때 또한 동녀의 호감도는 원수의 아들인 귀동이보다는 천둥이 쪽에 더 컸고, 동녀라는 인물의 소개란에서도 성인이 된 천둥이에게 호감을 보인다고 했었죠. 그러나 실제 성인파트에서는 적절한 어장관리하다가 귀동에게로 방향을 틀게되는 모습으로 그려졌으니, 이것은 작가의 실수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인물들의 할당 실패로 인한 극 전개의 난조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황당한 것이 보이는데, 이야기 전개 중 인물에 대한 시간 할당까지 잘못되어서 어쩔때는 한회에 주인공 4인방보다 조연인 쇠돌이와 막순이, 조선달, 큰년이 같은 주변인물 이야기가 더 많이 더 길게 나올때도 많았다라는 것입니다. 보고 있자면 내가 짝패를 보고 있는 것인지, 주막집 아낙네를 둘러싼 조선달과 쇠돌이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더군요.

간단히 비유를 하자면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고기는 조막만하고 양념만 접시에 한가득 나온 경우라 할 수 있겠죠.

결국 할당이 이런식이니 전체적 전개에 문제가 안생길 수가 없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사건 파트들은 줄줄이 밀려 중반 또는 중후반으로 배분되었고 특히 천둥이가 지휘하는 아래적들의 거사 부분은 세밀하게 묘사되면서 긴장감을 연출시켜야하는데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급하게 처리되는 경우도 많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부분도 정말 문제가 되는게, 드라마 중후반 쯤에 천둥이와 달이의 진한 사랑에 대한 묘사를 어느정도 해줬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한채로 극 마지막에 스타워즈 처럼 “얘가 니 손자다”하고 뜬금없이 김진사에게 천둥이의 아들을 건내는 달이의 모습은 정말 실소를 금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의 수확은 있었다…

이 드라마를 다보고나서 진짜 화가나는 부분은, 이 드라마가 박신혜, 이완 주연의 ‘천국의 나무’처럼 시작할때부터 병맛이어서 망테크의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바로 안봤을텐데, 너무나 잘해준 아역파트 때문에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전회를 다봤다는 겁니다.

그나마 수확이 있었다라고 한다면 아역 연기자들인 노영학, 진세연, 최우식, 이선영 같은 뛰어난 아역배우들이 미래 드라마의 주연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라는 것과 밀크 출신의 서현진이라는 배우가 의외로 연기를 잘해 다른 작품에서도 기대를 해볼 수 있다라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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